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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어떤 종류를 만드는 기업인지는 모르지만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반도체회사는 램(RAM)과 플래시 제조에서 세계 2위에 오를 정도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SK하이닉스가 어떤 성장기를 가졌는지 아실는지 모르겠습니다. 회사명 앞에 SK가 붙어 모두 SK계열이라 생각하실 겁니다.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다 키워놓고 입양 보낸 LG
SK하이닉스는 원래 LG반도체였습니다. LG는 한때 반도체를 미래의 먹거리로 생각하고 아낌없이 투자를 했습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LG반도체는 세계 최고 수준의 초미세 주문형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는 등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는데 당시 이미 9,000억 원 대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고, LG는 18조를 더 투자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LG반도체는 1998년, 정부의 빅딜로 돌연 현대그룹으로 넘어갔습니다.
< 빅딜이란? >
IMF 외환위기 직후 재벌 기업들의 중복 과잉투자를 막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김대중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진 인수합병을 말합니다.
정부는 LG반도체를 현대그룹에게 넘기라고 압박했지만 LG 입장에서는 청천벽력과도 같았지만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결국 반도체를 빼앗기고 맙니다.
2. 입양 2년 만에 위기 맞은 현대
1999년, LG반도체를 흡수한 현대그룹은 기대감에 가득 차 있었고 규모와 경쟁력을 갖춘 만큼, 삼성전자를 넘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생각이었으나 상황은 현대그룹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돌아가 2000년대 초반 반도체 산업에 불황이 시작되면서 LG반도체를 인수하는데 거액을 쏟은 현대전자는 자금난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현대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을 제외한 다른 사업부를 모두 팔아버리고, 이름도 하이닉스반도체로 바꿔 새 출발을 도모합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채와 자금난을 감당할 수 없었던 하이닉스는 결국 채권단에 넘어갑니다. LG반도체가 현대그룹에 인수된 지 2년 만의 일입니다. 2002년, 하이닉스의 비어있는 주인 자리를 노리는 기업이 등장합니다. 바로 경쟁사인 미국의 마이크론인데 당시 40억 달러를 제시하며 하이닉스를 인수하려 했지만, 하이닉스의 이사회가 이를 너무 헐값이라고 판단해 거절합니다.
< 만약 하이닉스가 마이크론에 인수가 됐다면? >
마이크론이 하이닉스를 흡수했다면 시장점유율 40%를 넘기며 메모리 반도체 전 세계 1위를 차지했을 것으로 관측합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큰 벽이 됐을 것이고 반도체 가격 결정권이 미국 기업에 통으로 넘어가는 셈이니 말입니다.
3. 부잣집 SK 품에서 쑥쑥 자란 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제안을 거절한 후, 하이닉스는 자립을 목표로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며 임금을 동결하며 비용을 절감했고, 다른 회사와 제휴를 맺고 낸드 플래시 메모리 개발에 성공하는 등 사업 구조를 확장합니다. 꾸준히 기술을 개발한 하이닉스는 채권단의 공동 관리를 조기 졸업합니다. 이후 채권단을 하이닉스에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42개나 되는 기업에 인수를 타진했고, 다행히 2012년 돈이 많은 새 주인으로 SK그룹이 나섰습니다.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고 있었고, 투자 여력도 충분했던 SK는 하이닉스에 자본이라는 날개를 달아줬고 이후 하이닉스는 엄청난 매출을 기록하며 실적 신화를 써 내려갑니다.
결국 글로벌 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 잡았고,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회사로 우뚝 선 하이닉스의 성장기, 정말 드라마틱하고 대단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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