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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 and More, Dieter Rams
Less and More, Dieter Rams

우연한 계기로 독일 출신의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디자인 철학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채널을 돌리던 중 보게 된 영상이었지만 다 보고 난 후에는 마치 맥주를 한 캔 마신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현대적 제품 디자인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 중 한 명인 89세의 디자이너 디터 람스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디자이너들의 디자이너, 디터 람스 

'디터 람스' 하면 늘 따라다니는 어젠다, "Less, but Better"에 대한 철학을 그의 일상을 통해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오늘은 애플의 전 디자인 책임자였던 조나선 아이브가 직접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하여 다시 회자되고 조명을 받기도 한 디자이너 디터 람스와 그가 세운 디자인 철학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미스터 브라운으로 불렸던 디터 람스는 사실상 브라운의 리즈시절을 만든 디자이너입니다. 조너선 아이브 역시 디터 람스 시절의 브라운 제품들의 열렬한 팬이었음을 밝힌 바 있었습니다. 지금의 브라운은 P&G계열이 되어 그리 특별할 것 없는 그저 그런 대중적인 전기면도기와 전동칫솔 같은 제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질레트에 인수되기 전의 브라운은 뛰어난 기능과 미적 감각을 동시에 갖춘 제품들을 내놓는 핫한 브랜드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조너선 아이브는 그런 브라운의 열렬한 덕후였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애플의 제품을 보면 조너선의 디자인이 어딘가 브라운의 향기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나를 미치게 하는 것에 영향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생각하니까요. 이런 브라운 제품들은 애플에만 영향을 준 것은 아닙니다. 사실상, 많은 제품들에 영향을 주었고 미니멀리즘과 슈퍼노멀 트렌드, 그리고 함께 등장한 제품들의 이면에는 티터 람스의 브라운의 영향력이 일정 부분 흐르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한 예로 여기, 121개의 원으로 그린 도형의 집합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그림을 보고서 어떤 게 느껴지셨습니까? 디자인을 함에 있어 모든 이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라고. 맞습니다. 디터 람스의 덕후인 조너선 아이브가 애플에서 제작한 제품의 비교사진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 늙은 디자이너의 40여 년 동안 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 일하며 디자인이라는 일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여 내놓은 답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디터 람스는 그 답을 좋은 디자인을 위한 10가지 원칙으로 정리했는데 어느 문장 하나 반박할 여지가 없는 원칙이었습니다. 40여 년 동안 디자인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여 나온 응축된 10가지 문장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좋은 디자인을 위한 10가지 원칙 

1. 혁신적이어야 한다.

디자인은 혁신적인 기술과 병행되어야 한다. 기술과 디자인 수준이 동일하지 않으면 어떤 디자인이 좋을 수 있겠는가.

2. 제품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디자인은 목적에 부합하지 않거나 반대하는 모든 요소들을 무시하고 유용성을 극대화한다.

3. 심리적이어야 한다.

매일 사용하는 물건은 개인 환경과 생활에 큰 영향을 준다. 잘 만들어진 것만이 아름다울 수 있다.

4. 제품을 이해 가능하게 한다.

제품의 구조를 쉽게 이해하도록 한다. 더불어 이것은 제품 스스로 어떤 제품인지 말할 수 있게 한다. 디자인 그 자체로 설명되어야 한다.

5. 과시하며 드러내지 않는다.

목적이 명확한 제품에는 도구의 특성이 드러난다. 제품의 디자인은 중립적이어야 하며 사용자가 알아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6. 정직하여야 한다.

정직이란 제품을 실제보다 더 혁신적이고 강력하며 더 가치 있게 보이도록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7. 오래 지속되어야 한다.

유행에 민감한 디자인과 달리 버려지는 것이 흔한 현대사회에서도 오래 지속된다.

8. 마지막 디테일까지도 철저하여야 한다.

임의적이거나 우연이 아니어야 한다. 철저함과 신중함은 곧 사용자를 존중하는 것이다.

9. 환경 친화적이어야 한다.

디자인은 환경 보호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자원을 보존하고 물리적이고 시각적인 오염을 최소화한다.

10. 최소한으로 디자인하여야 한다.

"Lees, but better-적게, 그러나 더 좋게"라는 메시지처럼 단순 명료해야 한다.

디자인 또는 디자이너에 대한 나의 고찰 

이제는 슬슬 내가 작업한 작업물에 대해 왜 이렇게 했느냐를 설명해야 할 때가 올 것입니다. 디자이너가 아니더라도 어떤 직업을 가졌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언젠가 내가 해온 작업의 이유를 설명해야 할 때 부끄러워지지 않도록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단단한 이유를 세워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지금까지 한 작업물을 볼 때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는가, 나의 작업물들은 온전히 나의 치열한 고민에 대한 결과물인가를 생각하면서 많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디터 람스의 다큐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디터람스 본인이 세운 10가지 원칙조차 언젠가는 수정될 수 있다고 말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분명 누구나 인정할 만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조차 자신이 절대적 진리를 깨우쳤다 우기지 않는 모습에서 그가 살아온 삶의 자세를 조금은 엿볼 수 있었습니다. 디자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면 이 일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이 늙고 노쇠한 할아버지가 아닌, 그 누구보다 시대를 앞서나갔던 멋진 디자이너, 디터 람스의 다큐멘터리나 책을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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