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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삼진그룹이라는 기업을 들어보셨을까요? 아니면 비슷한 이름이라도 알고 계실까요? 저는 왠지 영화가 생각납니다. 우리나라 전자기업인 삼진그룹에 미국인 사장이 오면서 기업의 젊은 직원들에게 지지를 받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 시대에는 지금 흔히 말하는 꼰대기질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1. 완벽한 빌리박의 정체는?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대기업 말단 사원 3인방이 회사의 비리를 밝히는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함께 토익을 공부하던 세 사람은 회사가 페놀 방류로 지역민의 건강을 해쳐왔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받았습니다.
심부름하러 공장에 갔다가 하수구에서 검은 페수가 쏟아지는 장면을 목격한 것입니다. 심지어 평소 지지하던 빌리박이 방류량을 더 늘리는 데 앞장서 왔다는 내용이 담긴 자료를 입수합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세 사람. 이들은 조직의 병폐를 제거하기 위해 의기투합하는데 사실 빌리박은 글로벌캐피탈이라는 헤지펀드 출신입니다. 삼진그룹에 위장 취업한 것입니다. 가상의 기업인 글로벌캐피탈은 인수합병(M&A)을 일삼는 펀드 운용사인데 빌리박이 비리를 저지른 이유는 하나입니다. 삼진그룹의 부정 이슈가 부각되면 주가가 내려가고, 그렇게 더 많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을 한 것입니다.
2. 모티브가 된 론스타 게이트
M&A 협상은 더 싸게 사려는 인수 측과 더 비싸게 팔려는 매각 측의 경쟁입니다. 그렇기에 글로벌캐피탈이 삼진그룹 단점을 찾는 게 아주 특이한 형태는 아닙니다. 매물의 약점은 일반적으로 가격 할인 요인이 됩니다.
인수 측은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기 직전까지 재무실사(FDD), 사업실사(CDD), 법률실사(LDD)에 ESG실사(EDD)까지 펼치며 매물에 돋보기를 대고 들여다봅니다. 집을 사기 전에 도배상태도 살펴보고, 화장실 물도 내려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저가에 인수하기 위해 일부러 매물에 흠집을 내는 행동까지 일반적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는데 실제 M&A 시장에서도 인수 측이 고의로 부정 여론을 주도해서 기업 가치를 땅바닥에 떨어뜨리려는 시도가 포착되곤 합니다.
영화 속 글로벌캐피탈의 M&A 전략은 실제 론스타 게이트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보입니다. 론스타 게이트는 미국계 헤지펀드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을 썼다는 의혹에서 시작되었는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 비율을 사실과 다르게 추정하고, 이 정보를 금감원까지 전달하며 인수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여전히 의혹이 풀리지 않은 사건입니다.
3. 최선의 방어는 투명한 경영
모든 헤지펀드가 반칙을 일삼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회사의 불투명한 경영활동을 수면 위로 드러내 주주의 이익을 증대하기도 합니다. 결국 외부 세력의 회사 흔들기에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투명한 경영이 될 것입니다. 삼진그룹의 세 말단 직원이 더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힘을 합쳤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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