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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a-Cola, pictogram
Coca-Cola, pictogram

"미국에선 부자든 가난하든 모두 코카콜라를 마신다. 대통령도, 세기의 여배우도 우리와 똑같이 코카콜라를 마신다. 콜카콜라는 그저 똑같은 콜라일 뿐, 아무리 큰돈을 준다 해도 더 좋은 코카콜라를 살 수 없다. 왜냐면 모든 코카콜라는 동일하며 똑같이 좋기 때문이다 - 앤디워홀 1975, Andrew Warhola Jr.

음료시장을 개척하다 

우리의 사랑, 코카콜라의 탄생

오늘은 미국 팝아트(Pop art)의 거장 앤디 워홀(Andrew Warhola)의 저서 중 한 구절로 시작해 보았습니다. 저서의 많은 구절 중 "코카콜라(Coca-Cola)"에 관한 부분을 인용한 이유는 바로 "코카콜라의 병 디자인"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전 세계 음료수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한 코카콜라는 1886년 탄생했습니다. 당시 약사였던 존 팸버튼(John Stith Pemberton) 박사가 주류 판매 금지로 인해 술을 대체할 음료수로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코카콜라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사 캔들러(Asa Candler)와 프랭크 M 로빈슨(Frank Mason Robinson)이 1892년 코카콜라 회사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참고로 프랭크 로빈슨은 코카콜라의 로고인 필기체 로고를 탄생시킨 인물입니다.

Coca-Cola Logo by Frank Mason Robinson
Coca-Cola Logo by Frank Mason Robinson

코카콜라의 인기가 날로 늘어나자 그들은 미국 전역에 코카콜라 병을 제조할 수 있는 독점 판매권을 판매하며 사업을 확장시켜 나갔습니다. 원액을 넘기면 보틀링 파트너가 자신들이 제작한 병에 이를 넣고 판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은 성장하는데 코카콜라는 위기가 찾아옵니다. 바로 유사품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당시 코카콜라 병이 일반적인 직선 형태의 디자인이어서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이를 모방하여 판매한 것입니다. 이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결국 그들은 특단의 조치를 내리게 됩니다. 바로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새로운 병을 디자인하는 것이었습니다.

디자인 공모전 - 도대체 누가 디자인한 거야?

1915년, 500달러의 포상금과 함께 두 가지 조건으로 디자인 공모전을 하게 됩니다. 그들이 내건 두 가지 조건은 '깨진 조각에서도 코카콜라 병임을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어두운 곳에서도 병의 모양이 느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제안들 중 최종적으로는 선정된 것은 인디애나주에 위치한 루트 유리공장(The Root Glass Company) 디자이너였던 알렉산더 세마이슨(Alexander Samuelson)과 얼틴(Earl Dean) 등 공장 직원 5명이 공동으로 제안한 디자인이 채택되었습니다. 그들은 코코아 열매에서 영감을 받아 병을 디자인했다고 합니다. 코코아 열매 특유의 볼록한 형태와 세로 형태의 줄무늬를 병 디자인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었습니다.

공모전 당선작의 콜라병 도안과 완성품
공모전 당선작의 콜라병 도안과 완성품

또한, 그들은 좀 팸버튼의 고양이었던 조지아주의 푸른 스풀림이라는 녹색을 병색상으로 선택했습니다. 코카콜라는 1915년 바로 이들의 병 디자인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고, 이듬해 해당 디자인은 코카콜라의 공식 병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이룬다는 전략은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두었고, 당시 미국인들 중 코카콜라병을 구별하지 못하는 인구는 1% 미만이었다는 조사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코카콜라만의 독특한 병은 흔히 '컨투어(Contour) 병'이라고 불리는데 그 기원은 프랑스 잡지의 라몽드(La Monde)가 이 병의 형태를 두고 "독특한 윤곽"이라고 묘사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이 컨투어 병은 1955년 럭키 스트라이크 담뱃갑 패키징과 석유회사 쉐레 로고 디자인 등 산업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끼친 레이먼드 로이(Raymond Loewy)에 의해 다시 한번 리뉴얼되습니다. 그의 손길을 거친 컨투어 병은 1961년, 상업용 포장 용기로는 드물게 공식적인 상표로서 인정을 받게 됩니다.

예술가들과의 협업

이후, 코카콜라의 컨투어 병은 많은 예술가들의 작품 소재가 되었으며 여러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하기도 했습니다.

Salvador Dali, Edurdo paolozi
Salvador Dali, Edurdo paolozi

초현실주의 대표화가인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는 1943년 '미국의 시(The Pooetry of America)'라는 작품에서 코카콜라 병을 활용했으며 에드아르도 파울로찌(Edurdo paolozi) 역시 1947년 '나는 부자의 노리개였다.(I was a rich man's plaything)'라는 작품에서 코카콜라의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코카콜라를 예술의 소재로 적극적으로 활용할 인물은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Andrew Warhola)입니다.

Andrew Warhola
Andrew Warhola

앤디 워홀은 코카콜라를 활용하여 무려 15개의 작품을 남길 만큼 각별한 애정을 보였습니다. '당신이 훔쳐 달아날 수 있는 모든 것이 예술이다'라는 말은 앤디 워홀의 유명한 명언 중 하나이자 그의 예술관을 정리한 문장이며 그는 예술이 희귀해야 한다는 관념을 버리고 일상 속 흔한 물건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펼친 아티스트였습니다. 이런 그의 생각을 들여다보면 코카콜라가 왜 그의 예술적 뮤즈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글 앞부분에 인용한 앤디 워홀의 구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누구나 코카콜라를 즐길 수 있고 돈을 더 많이 준다고 해서 더 좋은 코카콜라를 살 수 없다는 말 그대로 누구에게나 평등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코카콜라와 예술의 만남은 계속 이어집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과거 샤넬(CHANEL)을 이끌었던 전설적인 패션 디자이너 칼 라커펠트(Karl Lagerfeld)와의 콜라보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들의 콜라보는 2010년 2011년 총 두 번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첫 번째 콜라보에서 라커펠트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커버 디자인을 선보였고 두 번째 콜라보에서는 패턴과 줄무늬를 활용한 더욱 대담한 디자인으로 코카콜라 병을 하나의 예술로 재탄생시켰습니다. 그리고 칼 라커펠트를 시작으로 많은 예술가들과 디자이너들의 콜라보가 이어지게 됩니다.

Karl Lagerfeld
Karl Lagerfeld
Disney, Moschino, Marc Jacobs, Jean Paul Gaultier
Disney, Moschino, Marc Jacobs, Jean Paul Gaultier

영리한 코카콜라 

이렇게 코카콜라는 많은 예술가들과 디자이너들을 통해 단지 음료수가 아닌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9년 기준 코카콜라가 하루에 19억 잔. 초당 2만 1990잔이 판매된 것을 미루어 볼 때 그 '영향력' 또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예술가들, 디자이너들 심지어 대중들까지 코카콜라 병 디자인에 왜 열광하게 된 것일까요? 인간은 어떠한 대상의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의 모든 감각기관을 동원합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등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감각 기관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감각적 전이 현상을 '공감각'이라고 부릅니다. 코카콜라 용기가 오랜 시간 동안 그 원형성을 유지한 이유도 바로 이러한 공감각 디자인의 원리가 적용된 것이기도 합니다.

Coca-Cola In the Distinctive Bottle
Coca-Cola In the Distinctive Bottle

코카콜라는 선으로 만들어진 독특한 외형뿐만 아니라 손으로 잡았을 때 편안한 그립감, 병을 열 때 상쾌한 탄산가스의 폭발음, 혀 끝으로 전달되는 톡 쏘는 코카콜라의 풍미는 다른 음료와는 전혀 다른 공감각적 경험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해 왔습니다. 이렇게 오감을 자극하는 공감각적 경험은 한 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닌 오랜 기간 동안 기업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소비자에게 최상의 감각 경험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인 것이고 이러한 공감각적 디자인은 오랫동안 디자인이 소비자에게 기억되고 지속적으로 사용되기 위한 중요한 원리로 작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많은 전문가들은 코카콜라가 100년 이상을 버텨온 주요 원인으로 코카콜라 디자인의 "공시성과 통시성"을 꼽습니다. 코카콜라는 전통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그 원형성을 10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고집해 온 공시성, 그리고 형성에 대한 원형성은 그대로 유지하되, 시대에 순응하며 적응하기 위한 최적화의 노력인 디자인의 통치성 모두 만족시키려 노력해 온 회사라는 것입니다.

world of 1, Coca-Cola
world of 1, Coca-Cola

디자인의 시간성과, 공간성에 대한 노력과 집념, 다시 말해 디자인의 공시적 가치와 통시적 가치에 대한 집착이 코카콜라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랑받으며 세계적인 대표 음료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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