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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3월에 개학을 하고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방학을 합니다. 그런데 유학준비를 하거나 하는 하면서 외국학교는 언제 개학을 하고 방학을 하는지 알게 되는데 너무 생소합니다. 9월 학기에 개강을 한다는 영미권의 학교들이 생소한데 그 내용을 같이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QUIZ. 3월에 새 학기를 시작하는 나라는 북반구 중 한국이 유일하다. YES
1.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우리나라 학기제
우리나라도 처음부터 3월 학기제를 채택한 것은 아닙니다. 외국인 선교사들이 근대적인 학교를 설립하던 개화기엔 대부분 7월 학기제를 시행했습니다. 외국인 선생님을 모셔 오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서 학기가 끝나는 7월에 맞춰 학기를 시작한 겁니다. 그러다 일제강점기 이후 일본의 영향을 받아 4월 학기제가 정착된 것입니다. 해방과 함께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잠시 9월 학기제가 도입됐지만, 1949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다시 4월 학기제로 되돌아간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4월 학기제는 1961년까지 약 10년가량 유지되었고, 예외가 있다면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전쟁으로 한동안 학교가 정상 운영되지 못하면서 휴전 협정 이후인 9월로 개학이 미뤄졌습니다.
2. 합격생에게 전하는 벚꽃이 피었습니다.
이쯤 되니 일본이 4월에 학기를 시작하는 이유가 궁금해지는데, 일본 정부와 기업은 매년 3월 한 해 살림을 마무리하고 4월에 새로운 예산 집행을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일본 학교 역시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받기 위해 4월에 맞춰 학기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벚꽃이 피는 시기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생겼는데 과거 도쿄대에서는 학격자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벚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축하 메시지를 싣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미국, 영국 등 영미권 국가들이 9월 학기제를 채택하는 이유도 재미있습니다. 산업의 기반이 농업이던 1800년대 후반, 영국과 미국 아이들은 5월부터 8월까지는 농사일로 한창 바빠 학교에 갈 여유가 없어서 아이들의 출석률을 높이기 위해 추수가 끝난 9월에 학기를 시작한 것입니다.
3. 국민학교와 함께 시작된 3월 학기제
우리나라에 3월 학기제가 도입된 것은 1962년입니다. 3월로 개학을 앞당긴 데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① 첫째는 봄 날씨가 완연해지는 4월에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
4월 학기제하에서는 입학과 각종 행정 업무로 바빠 학생들이 공부하기 좋은 4월에 학업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② 두 번째는 겨울이 한창인 1월과 2월에 방학을 해 학교가 쓰는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서였다는 것.
1960년대 당시 경제 상황이나 어마어마한 에너지 가격을 고려하면 설득력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은 4월 학기제의 단점 중 하나인 학기 중 학업 단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4월에 학기를 시작하다 보면 학기 중간인 7월~8월에 방학을 하고 9월에 개학 후 1학기 기말고사를 치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배웠던 걸 잊어버리는 등 문제가 생기는데, 3월 학기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였다는 것입니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3월 = 학기 시작이라는 공식, 알고 보면 우여곡절 끝에 정착하게 된 제도였습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등교가 미뤄지면서 9월 학기제 논의에 다시 불이 붙기도 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무산되었고 한동안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3월 학기제가 유지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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