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인 러시아, 왜 경제는 오히려 호황일까?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인 지도 꽤 시간이 지났지만 끝날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는 지금 이상하게도 러시아 경제는 침체가 아니라 오히려 과열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몇 년은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쟁 중인데 왜 러시아는 경제호황이라고 합니다. 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출처 : 카카오페이 >

 

 

1. 소련에서 러시아로 새 출발

1991년 12월, 공산주의 진영을 이끌던 소비에트연방(소련)이 붕괴되었습니다. 그 중심이었던 러시아 소비에트 연방 사회주의 공화국은 러시아 연방으로 새롭게 출범하게 됩니다.

 

소련의 붕괴로 공산주의 진영은 해체되었고, 러시아는 급격히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했습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많은 국영기업들이 잇달아 민영화되고, 국제무역이 자유화되는 등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경제는 시장경제 체제 도입을 잘 준비하지 못했던 탓에 1990년대 후반에 극도로 불안정해졌습니다. 결국 1999년, 극심한 경제 위기와 부정부패 문제로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러시아의 대통령 보리스 옐친이 사임하고 권력을 총리에게 넘기게 됩니다. 그리고 이듬해,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총리가 선거를 거쳐 대통령에 등극합니다. 바로 우리가 아는 러시아의 수장, 블라디미르 푸틴입니다.

 

 

2. 푸틴의 강력한 리더십

푸틴은 집권 후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러시아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었습니다. 우선 러시아 경제의 핵심인 석유화 천연가스 사업을 국가의 통제 아래 뒀는데 2000년대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러시아는 막대한 외화를 확보하게 됩니다. 이렇게 에너지 자원 수출을 통해 확보한 외화로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고, 외국에서 빌린 돈을 빠르게 갚아 러시아 경제의 외부 의존도를 낮췄습니다. 또 국영에너지 기업을 재정비하고 세수를 늘려 경제 기반을 안정화했습니다. 한편 그동안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올리가르히를 통제함으로써 대통령의 중앙집권적 권력을 더욱 강화합니다.

 

< 올리가르히 >

소련 붕괴 이후 자본과 권력을 쥐게 된 사업가 집단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재벌 같은 개념입니다. 1990년대 러시아에 급격한 민영화가 진행되며 수많은 국영 기업이 민간으로 매각되는 과정에서 소수의 사업가가 저렴한 가격에 주요 산업을 인수하며 막대한 부를 쌓았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획득한 부를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챙겼는데, 이로 인해 당시 러시아 내의 불평등과 부패가 극심했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이러한 경제정책을 바탕으로 빠르고 안정적으로 성장했고, 푸틴은 국민들의 큰 지지를 얻습니다. 취임 직후인 2000년 석유 가격은 배럴당 20달러였는데, 두 번째 임기가 끝날 때인 2008년에는 14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도 2000년 1조 달러에서 8년 후 3조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3. 전쟁에 열광하는 러시아의 비극

하지만 푸틴의 리더십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그 반대파를 숙청하고, 러시아에 순응하지 않는 주변 국가를 잔인하게 탄압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째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사실상 독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전쟁을 지지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이해하려면 러시아라는 국가의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과거 소련은 서방에 대항해 동유럽 전체로 영토를 확장하면서 규모를 키워왔습니다. 소련이 해체되며 일부 국가가 독립했지만, 현재도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영토가 넓은 나라입니다. 14개 국가와 국경을 맞닿고 있고, 인종도 종교도 광범위합니다. 러시아의 89개 행정 구역 중 24개는 자치공화국입니다.

 

< 자치공화국 >

러시아에 속해있기는 하지만, 소수민족이 각자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고 자체적인 헌법과 법률을 가집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화국들은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을 원하게 됩니다. 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이들의 독립은 곧 러시아의 영토와 영향력이 축소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푸틴은 2000년대 초반 독립을 꿈꾸는 체첸공화국 등을 무력으로 강하게 진입합니다. 소련시절처럼 강력한 국가를 꿈꾸던 러시아 국민들은 푸틴에 더욱 열광했습니다.

 

 

4. 전쟁으로 살아난 경제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침공해 강제로 병합하고,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면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국가들과 점점 가까워지고, 크림반도 병합을 계기로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려 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 북대서양조약기구 >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북미와 유럽의 31개국이 참여하는 군사 동맹. 어느 한 나라가 공격을 당하면 모든 회원국이 함께 대응에 나서며, 이를 통해 회원국 간의 안전과 안정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의 영향력이 동쪽으로 확대되고, 국경에 NATO가 배치되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가 서방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걸 막기 위해 전쟁을 단행한 것입니다. 전쟁 초기 러시아는 서방의 강력한 경제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듯했지만, 오히려 지금 러시아 경제는 침체는커녕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먼저 전쟁을 치르기 위해 정부가 막대한 지출을 단행하며 경기 부양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또 경제 제재로 서방 국가에 에너지를 수출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인도와 중국에 저렴한 가격으로 에너지를 수출하며 제재를 피해 돈을 벌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4%로, 같은 기간 2.3%를 기록한 한국보다 높았습니다. 예상외로 화황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러시아가 수년간 전쟁을 지속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는데, 그렇다고 러시아 경제에 아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의 경제 호황은 대부분이 정부의 막대한 지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전쟁이 끝나거나 정부가 지출을 줄일 경우 경제가 다시 쪼그라들 위험이 있습니다. 게다가 서방의 제재로 기술과 장비 수입이 중단되며 산업 경쟁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데 국제금융 시스템에서도 배제되며 국제 거래와 투자 유치까지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전쟁으로 인해 경제가 호황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국가 경쟁력이 크게 낮아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장기간 이어지는 전쟁으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고 있는 만큼, 전쟁이 끝나도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러시아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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